
주인공 장발장 Jean Valjean 역으로 휴 잭맨이 열연합니다. 그리고 장발장의 숙적 자베르 경감 역으로는
액션연기로 깊은 인상을 준 러셀 크로우가 나오지요.
이 영화는 뮤지컬의 형식을 빌어 만들어진 아트 영화입니다. 이 뮤지컬이 한국에서 공연되었을때
보고 싶었는데 보지 못해서 무척 아쉬웠는데 꿩대신 닭이라고 이 영화로 대체한거죠.
처음 씬에서부터 깜짝 놀랐습니다. 배를 끌어올리는 죄수들의 씬부터 노래로 시작을 할 줄은 몰랐거든요.
그런데 정말 대사는 몇마디 나오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노래로 이어 나가더군요.
영어를 조금 들으시는 분들은 무관하겠지만 자막을 읽으셔야 하는분들은 극의 몰입도가 현저하게
떨어질 수 있습니다. 물론 쉬운 영어만 나와서 대충 이해는 되지만 이게 또 노래의 형식을 빌어
읊어대니 감성과 이해의 두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는다는 것이 어려운 일이거든요.
원작이 워낙 유명한 작품이라 다들 줄거리를 알고 계실테니 별 문제는 없지만 의외로 낯설게
다가올 수 있는 연출입니다. 왜 이태리어로 진행되는 오페라 보러가면 전광판에 자막 나오자나요.
자막보랴, 노래들으랴, 연기보랴 바쁜거죠.
문제는 또 있습니다. 노래가 단조로와요. 단조로와도 너무 단조로와요.
보통 뮤지컬의 장점은 주인공들의 상황이나 내면의 표현을 전문 뮤지컬 배우의 개성있는
음색과 노래솜씨로 함께 감상하는 것이 포인트인데
노래가 지루해요. 저같은 문외한들에게는 전부 같은 파장으로 단조롭게 들립디다.
이걸 후시녹음이 아니라 동시녹음으로 진행했다던데 일단 배우들과 스텝진들의 노고에
깊이 감사드리지만..
아무래도 전문 뮤지컬 배우들이 아니다보니 쉬운 리듬으로 간 모양인데 이게 뜻밖에
지루함을 좀 주더군요. 영화의 런닝타임을 고려해서 다양한 리듬의 노래로 좀 불러주면
좋았을텐데... 좀 아쉽습니다.
영화의 촬영기법이나 스케일은 정말 대작이라 불러도 나무랄데 없더군요.
어디까지 CG인지 모르겠지만 역동적인 프랑스 혁명기를 다양한 색채로 잘 그려냈더군요.
여러분은 성악설을 믿으십니까? 성선설을 믿으십니까?
저는 솔직하게 반반이라고 봅니다. 가르치는 것이 직업이라 수많은 사람들을 상대해보니
정말 어쩔수 없는 부류의 인간들이 있더이다.
심지어 도장의 어린이들도 어떤 녀석들은 정말 영악한 면이 보이기도 하거든요.
장발장은 조카를 위해서 빵을 훔쳤을 뿐인데 한조각의 빵을 훔친죄로 5년의 형을 받죠.
그리고 수없이 탈옥을 시도해서 19년의 형기를 악명높은 교도소에서 보내게 됩니다.
그리고 가석방된 그를 맞은 것은 차디찬 사회의 냉대구요.
그가 자신에게 친절을 베푼 미리엘 주교의 사택에서 은식기를 훔쳐 달아난 것은
아마 그러한 사회에 대한 나름대로의 분노표출이었겠지요.
다시잡혀온 그를 미리엘 주교는 형제로 대해주고 오히려 은촛대를 선물해 줍니다.
빛을 밝히는 은촛대는 하나의 상징이라고 볼 수 있겠지요.
내면의 구원으로 이끌어주는 매개체입니다.
저는 이 순간 문득 아침에 도를 들으면 저녁에 죽어도 좋다라는 금언이 생뚱맞게 떠오르더군요.
도반인 제 형님들과 가끔 토론하는 주제인데 돈오인지 돈수인지 하는 문제입니다.
원래 둔한 저는 주로 돈수를 논하는 편이고 제 형님들은 단박에 깨닫는다고 하시더군요.
깨달으면 즉시 변하다고요.. 정말 살면서 그런 깨달음을 얻어 자신의 인생을 변화시킬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저에게는 아직 그런 기연이 품새수련할때외는 없네요.
다행히 장발장은 이날 깨달음을 얻어 사랑과 희생을 아는 인간으로 다시 태어납니다.
그리고 자신의 사랑을 판틴의 딸 코제트와 마리우스에게 남녀 놓고 숙적 자베르마저
자비에 눈을 뜨게 하지요.
저는 도대체 이 영화의 서두에서 감독이 이 대문호의 장편을 어떻게 두시간 조금 넘는
런닝타임에 담아낼지 무척 궁금했습니다.
그런데 바로 그 지루한 노래로 풀어 나가더군요.
극의 전개에 따라 상황에 같은 고뇌를 겪는 주인공들을 각각의 카메라에 담아
같은 노래를 부르면서 중간에 자신의 처지를 섞어넣게 하는 것입니다.
관객은 동시에 세명의 상황을 이해하게도 되는 것이지요. 그리고 배우들의 연기력에 따라
그 감정의 무게가 실리게 되는 기법인듯 합니다.
저는 솔직히 이번에 주인공들의 연기에는 별로 감동받지 못했습니다.
휴잭맨은 그냥 딱 주인공으로서 제 역할을 다한 듯 하고
러셀크로는 자벨과 정말 어울리지 않았습니다. 차라리 게리 올드만이 외곬수이자
편협하고 집요한 자벨경감의 역을 했더라면 하는 생각이 들더군요.
러셀크로의 외모자체가 악역보다는 정의로운 역에 더 어울린달까요? 전형적인 정의의 용사형 외모죠.
앤 헤서웨이 양 호오 이번에 다시봤어요. 제가 배트맨에서 좀 악평을 했는데
이번에 코제트의 어머니 팡틴역으로 정말 훌륭한 연기를 보여주더군요.
특히 그녀가 공장에서 쫓겨나 거리의 여인으로 전락하여 매춘하는 장면부터 보여주는
노래와 연기는 감동적이었습니다. 심금을 울리더군요.
코젯트역의 아만다 사이프러스는 요즘 헐리웃에서 주목받는 여우라던데
별로였습니다.
차라리 에포닌역의 사만다 뱅크스양의 연기와 노래실력이 훨씬 더 가슴에 와닿더군요.
비련의 여인역을 정말 잘 소화했다고 봅니다.
마리우스역의 배우 에디 레드메인인가요? 원작에서 마리우스는 코제트의 마음을 사로잡는
미남이자 열혈청년으로 나오는데 외모가 좀 딸리더군요. 시대의 아픔을 변혁하고자
노력하는 열혈청년의 이미지도 좀 약하구요.
정말 사기꾼 테날디에와 그 부인역으로 나오는 샤차 바론 코헨과 헬레나 본햄 카터의
연기는 일품이었습니다. 사악한 인간군상의 극치를 보여주더군요.
특히 여관에서의 도둑질 씬과 빈민가에서의 열연은 인상적이더군요.
정말 격동의 시기 어려운 프랑스의 모습을 잘 재현한 씬이 많아서 인상깊었습니다.
아역배우로 나오는 꼬마 연기도 잘하고 노래도 잘하더군요. 목소리가 정말 좋았네요.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장래가 기대되더군요.
마지막에 곰같은 덩치로 극장에서 좀 울었습니다. 감동적이더군요.
많은 관객들이 여운을 즐기는 모습이었습니다.
히프에 살이 없으신 분들 각오를 좀 하셔야 합니다. 음료수 많이 드시지 말구요.
연말을 장식한 멋진 예술영화였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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