써니 - 평이 사족이 되는 秀作 영화이야기

우리나라에는 워낙 영화감독 뺨치는 아마추어 영화 평론가 및 블로거들이 대거 포진한 형세니
그저 영화 팬일 뿐인 한때 영화감독 지망생으로서 써니를 본 감상문을 쓰자면

각본, 배우캐스팅, 촬영, 편집, 영화음악까지 모두 모두 수작이다.

너무 힘들어서 사실 일종의 트라우마여서 마음속에 깊이 묻어두고 절대 꺼내보지 않았던
내 찌질했던 학창시절의 추억이 떠오르는 그래서 극중 유호정이 어린날의 자신을
보듬어 안았듯 마주보게 해준 영화다.

사실 80년대에 학교를 빈민가에서 다닌 나는 비슷한 추억이 있다.
반에서 책벌레에 힘이 없던 나는 허구헌날 삐꾸취급을 받으며 좀 논다는 애들에게
쳐맞던 한심한 중생이었는데,

남녀공학(이름뿐인 남녀공학이지 각반이고 여학생 수가 훨씬 적었다.)이라 유일하게
금요일 CA시간에 문학창장반에 남녀 합반수업을 하게 되었고,

발렌타인데이에 어떤 여학생에게 프로포즈를 받게 되는 학교가 뒤집어질 스토리의 주인공이 되어서리
그 여학생과 사귀게 되면서 더이상 찌질한 자신을 용납할 수 없던 나머지 비분강개하여
무술교본을 사서 밤마다 뒷산 약수터에서 주먹을 휘두르고 발을 차올리고
목검을 휘둘러 어느날 짜잔

자신을 괴롭히던 친구들과 어울리게 된다는 그래서 나름 써니같은 추억을 만들었다는
이야기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금 나를 둘러싼 상황들이 그 당시의 추억을 교훈삼았더라면
잘 헤쳐나갈 수 있는 일인데,,,

트라우마라고 생각해서 무의식에 꼭꼭 눌러 버린일이 잘못이네..

역시 성장과정의 온갖 경험들이 인간의 내면형성과 사회적 인격형성에 엄청 영향을 미치는구나.

암튼 암같은 거 걸려서 죽고 싶은 맘은 없지만, 죽을 때 극중 주인공의 한명처럼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맘껏 베풀고 날개를 달아주고 갈 능력을 갖추고 싶다.
죽을때도 멋있게 죽어야지....

여배우들이 전부 연기를 잘하더라. 밤에 늦게 깨어 글을 쓰다 냉장고를 뒤져 이것저럿
재료를 넣고 고추창 듬뿍넣어 쓱쓱 비빈 비빔밥처럼 참으로 맛깔스런 영화였다.

마지막에 민효린의 성장 모습으로 분한 여배우 참 고상해 보이던데 누굴까?



덧글

  • 잠꾸러기 2011/10/21 08:08 # 답글

    올해 극장에서 본 영화중에선 가장 감동받고 나온 영화였습니다.
    80년대 우중충한 동네를 배경으로 하고 있는데 제가 어린시절 놀던 동네랑 너무 비슷한 배경이 많아서 놀랐어요.ㅎㅎ
    패션도 왠지 익숙하고......
  • 조나단시걸 2011/10/21 11:26 #

    저와 비슷한 시기에 비슷한 환경에서 고딩시절을 보내신듯 하군요. 반갑습니다.
  • 한도사 2011/10/21 10:05 # 답글

    민효린의 성장모습의 배우는 '윤정' 이다.
  • 조나단시걸 2011/10/21 11:26 #

    그렇군요. 감사합니다.
  • 잠꾸러기 2011/10/21 12:56 # 삭제 답글

    저영화속 세대보단 뒷세대인데 제가 살던곳이 지방이다보니 영화장면중에 보고자란것과 겪고 자란것들이 섞여있어요^^; 윗글 읽다보니 사춘기때 작은 덩치는 아니었는데 기죽고 다녀서 한번 강해져보겠다고 쿵후배우다가 도장망해서 좌절했던 기억이 납니다.ㅋㅋ 태권도 사범님같으신데 좋은글 많이 올려주셔서 고맙습니다.^^
  • 조나단시걸 2011/10/21 14:30 #

    변방의 이글루에 찾아주셔서 감사합니다. 좋은글은요. 뭘 과분한 칭찬입니다. 그저 사는 날의 단상같은 끄적거림이지요. 님도 늘 건강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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